2024. 11. 17. 10:00ㆍ옛 이야기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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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놀부 (태음인)
느긋하고 현실적이며 재산을 철저히 관리하는 성격. 물려받은 재산을 불리는 데만 온 신경을 쓰며, 늘 안정과 보수를 중시함.
큰 몸집과 수염이 특징으로 마을 사람들에게는 위엄 있는 대감으로 불리지만, 속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놀부의 부인 (태양인)
강렬하고 대담한 성격. 주도적으로 집안 살림과 재산을 관리하며, 놀부가 망설일 때 결단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살집 있고 화려한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지만 가끔은 과감함이 지나쳐 화를 초래한다.
흥부 (소양인)
활발하고 낙천적인 성격.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이며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재산 관리에는 약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성격이다.
흥부의 부인 (소음인)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섬세하게 가정을 돌보며 흥부와 열 명의 아이들을 뒷바라지한다.
연약해 보이지만 내면의 강인함으로 가족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흥부는 힘든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 "형님께서 주신 재산으로 논을 샀지만, 저쪽 마을 김 서방이 어려워 보여서 반을 나눠줬어요. 다들 가족처럼 도와야죠!"
그의 아내는 조용히 이를 걱정하지만, 흥부는 "걱정 말아요. 나누면 다 돌아오는 법이잖아요!"라며 안심시켰다.
소양인답게 흥부는 농사일에 열정을 쏟지만, 꾸준히 관리하는 데 약하다.
> "봄에는 하루 종일 논에서 일했는데, 가을이 오니 마음이 좀 식었어요."
결국 논 관리가 소홀해지고 수확량이 줄어든다. 이웃들이 흥부에게 충고하지만, 그는 "한 번쯤 쉴 수도 있죠!"라며 가볍게 넘긴다.
흥부는 열 명의 아이들에게도 한없이 관대하다.
> "아빠, 이번 장날에는 나무 칼 사주세요!"
"그래, 우리 아들 칼 하나쯤은 사줘야지!"
"아빠, 예쁜 댕기가 갖고 싶어요!"
"그래그래, 우리 딸도 댕기 사주마!"
그의 아내가 "여보, 쌀 살 돈도 부족한데…"라며 걱정해도, 그는 아이들의 웃음을 위해 작은 사치를 허락한다.
놀부는 재산을 철저히 관리하며, 흥부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 "흥부야, 돈은 그렇게 쉽게 나눠주는 게 아니야. 내가 보기엔 네가 평생 가난하게 사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흥부는 이에 웃으며 대답한다.
> "형님, 가난해도 마음이 부자면 충분합니다!"
가난한 초가집에서 열 명의 아이들과 사는 흥부는 폭우로 농사를 모두 망치고 집도 무너졌다. 배고픈 아이들이 울먹이는 모습을 본 흥부는 형 놀부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했다.
아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여보, 아주버님께서 도와주시겠어요? 형님이 워낙 엄하시잖아요."
흥부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형님도 가족인데, 설마 외면하시겠어요?"
흥부는 형 놀부의 집으로 찾아갔다. 기와집 마당에 들어서자 놀부의 태양인 부인이 마당에서 종들에게 일을 지시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흥부를 보자마자 손을 허리에 얹고 눈살을 찌푸렸다.
> "도련님! 꼴이 왜 이래요? 이 더러운 몰골로 감히 이 집에 들어오다니, 당장 나가요!"
흥부는 간절히 부탁했다.
"형수님,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아이들이 굶고 있어요…"
하지만 태양인 부인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 "아니, 우리 재산은 나눠주려고 힘들게 지킨 게 아니에요! 염치도 없이 형님께 손 벌리는 꼴은 더 이상 못 보겠어!"
그러더니 부엌에서 밥주걱을 들고 나와 흥부의 뺨을 때렸다.
> "여기서 밥풀이라도 가져가고 싶으면 이거라도 가져가 보던지!"
밥주걱에 묻어있던 밥풀이 흥부의 얼굴에 여기저기 붙었다. 흥부는 그 밥풀을 얼굴에 붙인 채 울적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흥부는 얼굴에 붙은 밥풀을 떼어 배고픈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 "얘들아, 이게 큰어머님이 주신 선물이란다. 맛있게 먹어라!"
아이들은 기뻐하며 밥풀을 맛있게 먹었다. 이를 본 흥부의 부인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얼마 뒤, 흥부는 부러진 다리를 가진 작은 제비를 발견했다. 그는 정성껏 제비를 치료하며 말했다.
> "작은 생명이라도 돕는 게 사람의 도리지."
다음 해 봄, 제비가 황금 씨앗을 물고 돌아왔다. 흥부는 씨앗을 심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나게 커다란 박이 열렸다.
슬금슬금 톱질을 해 큰 박을 열자 황금과 보석이 쏟아져 나왔다. 흥부는 감격하며 외쳤다.
> "여보, 이것봐요!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늘이 우리를 돕고 계시나봅니다!"
아이들은 박 속에서 나온 금화를 들고 뛰어다니며 웃는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여보, 이제 아이들이 굶지 않아도 되겠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흥부는 이웃들을 불러 모두에게 황금을 골고루 나눠주며 말했다.
> "나눔은 하늘이 주신 복을 더 키우는 길입니다!"
놀부는 태음인 특유의 느긋한 성격과 현실적인 사고방식으로 집안을 철저히 지키고 관리했다. 그는 종들에게 말했다.
> "재산은 흩어지는 법이야.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고 내 허락 없이 움직이지 마라."
놀부의 부인은 이런 그의 태도를 지켜보며 잔소리를 했다.
> "당신, 그렇게 꽁꽁 묶어놓으면 돈이 늘기나 해요? 세상은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그러나 놀부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방식을 고수했다.
> "나는 실수를 하지 않아. 느리지만 확실한 게 더 중요해."
어느 날 마을이 떠들석 어수선 하기에 수소문한 놀부부부. 흥부네 소식을 들은 놀부와 부인은 심한 질투에 사로잡혔다. 태양인 부인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 "흥부 같은 모지리가 부자가 됐다니! 당신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에요! 빨리 제비를 찾아 황금을 만들어 오란 말이야!"
놀부는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제비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리고는 치료한 척하며 씨앗을 받았다. 그 씨앗을 심은 곳에서 커다란 박이 열렸다. 부부는 흥부처럼 황금이 나올 거라 기대하며 박을 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뱀, 벌레, 도깨비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놀부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 "으아악! 이게 뭐야! 내 황금은 어디 갔어?"
벌레들은 집을 갉아 먹고 도깨비는 재산을 모두 부수고 없애 버렸다.
태양인 부인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소리쳤다.
"당신이 제대로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잖아요! 이런 꼴을 보려고 내가 결혼했나!"
두 사람은 집 안이 엉망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결국 서로를 탓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잃은 놀부와 그의 부인은 마침내 흥부의 초가집을 찾았다. 형수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려 했지만, 초가집의 소박한 분위기와 담을 넘어 오는 웃음소리 속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
놀부는 문 앞에서 망설이며 한참을 서성이다가 문을 두드렸다. 흥부가 나와 형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
> "형님, 어쩐 일이십니까? 이렇게 먼 길을 오시다니요."
놀부는 머뭇거리다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 "흥부야, 내가 정말 잘못했다. 네가 왔을 때 나는 널 돕지 않았는데. 이웃을 돕고 화목하게 사는 걸 보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되겠니?"
놀부의 부인은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다가 차마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도련님, 나도 미안하네. 그때 밥주걱으로 뺨을 친 건… 지나쳤던 것 같아."
그러나 그녀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한마디 덧붙였다.
"뭐, 그래도 아이들이 그 밥풀이라도 먹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않았수?"
흥부의 부인은 조용히 다가가 놀부 부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형님, 괜찮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밥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젠 다 잊어버리시고 편히 들어오세요."
놀부 부인은 그 말을 듣고 눈가가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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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으로 들어온 놀부와 그의 부인은 열 명의 아이들이 웃으며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며 멈칫했다. 그때 큰아이가 달려와 말했다.
> "큰아버지, 큰어머니! 우리 집에서 놀고 가세요!"
작은 아이가 말했다.
> "밥풀 주셔서 감사했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그 말을 들은 놀부 부인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 "이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반겨 주다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못된 길을 걸어온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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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는 형을 위로하며 말했다.
> "형님, 이제 우리 다 같이 잘 살아봅시다. 형님이 어떻게 하셨어도 항상 우리는 가족이니까요."
놀부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그래, 흥부야. 고맙구나. 이제 욕심 부리지 않고, 나도 나눔이 뭔지 배우며 살아야겠다."
놀부의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 "나도 반성할게. 너무 화만 내고 욕심만 부렸던 내 자신이 부끄럽네요."
흥부의 부인은 놀부 부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형님, 우리 함께 힘을 합쳐서 잘 살아봐요. 아이들도 형님을 잘 따를 거예요."
흥부는 아내와 함께 밥상을 차리고 놀부 부부에게 대접했다.
> "형님, 이 밥이 비록 부자인 형님댁의 밥보다 초라할지 몰라도, 함께 나누는 게 진짜 맛이랍니다."
놀부는 밥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말했다.
> "흥부야, 이 밥이 내 평생 먹은 밥 중에 제일 맛있구나."
열 명의 아이들과 흥부, 놀부 부부는 함께 밥을 나누며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초가집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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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훈: 가족과 나눔의 진정한 가치
놀부 부부: 욕심과 질투를 버리고 나눔과 겸손의 가치를 배운다.
흥부 부부: 선행과 용서로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
아이들: 화해와 사랑이 가정의 가장 큰 재산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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